불편한 色의 과잉 <미인도>


* 스포일러 다분함

신윤복 열풍이다. 드라마에선 근영양이 또롱또롱한 눈망울로 순수소년 윤복을 연기하고, 영화에서 김민선이 농염한 몸연기로 여인으로서의 신윤복을 연기한다. 신윤복의 그림들과 얽힌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고, 목욕하는 여인네의 가슴에 붉은 점을 찍을 때 마치 화룡점정이라도 되듯,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옅은 탄식을 내지른다.

<미인도>가 신윤복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하에 영화가 시작되었다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당대의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는 온데간데 없고, 한 여인을 둘러싼 두 남자. 이 세남녀의 치정극이 주를 이룬다.
 
때때로 보여주는 여인의 나체들을 제법 아름답게 묘사한 듯한 흔적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과하게 쓰여진 여인이라는 색(色)은 오히려 영화를 당대의 인물 신윤복을 허물로 장치한 뒤, 에로티시즘으로 영화를 가득 채워 남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기에 급급한게 아닌가 싶다. 특히 김홍도가 신윤복을 강간하는 씬을, 그저 제자를 한 여인으로 바라보고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을 취했다고 표현해버리는듯한 스토리는 보기에 몹시 불편했다. 더불어 그런 스승을 무심히 받아들이는 신윤복으로 인해 이들의 권력관계가 사랑으로, 서로에 대한 그저 애증으로 합리화되어 초반에 그나마 아름답게 그려졌던 거울장수 강무와의 사랑의 의미조차 퇴색되어 버렸다.

영화 중반에 기녀들이 체위를 묘사하는 씬은 제법 길게 나왔는데, <음란서생>에서 귀엽게 미니어쳐로 표현된 방식이 아니라 마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처럼 묘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져, 특히 그것이 현대나 SF 속이 아닌 조선시대에서 펼쳐진 것이라 실제였든 상상이었든 간에 꽤나 충격적인 씬이긴 했다. 제작스토리를 읽어보니, 꽤나 고난도의 동작이라 이를 표현할 인물을 찾기가 어려워 찜질방에서 몸짱 여인들까지 찾아헤매었다고 하니, 색다른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주고자 공들인 장면인가 보다. 

아무튼 뭐든 지나치면 안되는 법인가 보다. 신윤복의 자아에 집중했다면? 신윤복의 첫사랑에 집중했다면? 조선시대에 만연헀던 에로티시즘에 집중하여 신윤복을 메인으로 세우지 않았더라면? 윤복과 김홍도의 복잡미묘한 감정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아쉬움이 가득한 작품이다. 

+ 추자현. 당대 최고의 기생으로 나오는 추자현. 극 중 <그루지> 포스터 보다 무서운 눈알 연기 한번 해주신다. 추자현이 언젠가부터 연기 잘하는 조연 여배우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시초를 생각해보면 <사생결단>에서 마약에 빠져 완전 넋나간 연기를 하고 나서부터이다. 여배우로서 선택하기 쉬운 역할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연기의 질이 평가 되는 것은 아닐텐데,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혹은 해외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의 후보들을 보면, 많은 경우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서를 달고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추자현이 연기를 못한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난색을 표하는 연기를 온몸 바쳐했다. 그래서 그녀는 연기를 잘한다로 귀결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추자현은 그 이후 부터 센 연기를 자주 선보이는 것 같다. 극중에서 비중이 크진 않지만, 딱 한번의 눈알연기는 아, 이래서 또 추자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음. 무서웠다구요!  

+ 영화나 드라마나 왜이리 김홍도가 문제인지.... 사극 속에서 홀로 캐릭터가 아닌 배우 박신양을 선보이는 박신양도 문제고, 사극이란 걸 알고 있는건지, 배우도 아닌 그저 사람 김영호를 선보이는 김영호 아저씨도 문제다. 다들 제자신이 주인공이 아닌것에 툴툴대고 대충 하는거니? 아님 자신의 연기 관록을 믿고 하는 발연기인 거니? 나는 말이다. 뭐 그렇다. 당신들의 연기로 극의 몰입에 방해를 받았으니, 기분이 좀 나쁘다. 뭐 이정도로 그치련다. 바이바이.
   

by 너굴 | 2008/11/17 00:13 | 영화 | 트랙백 | 덧글(9)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만큼이나 발칙한 소설<아내가 결혼했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김주혁은 늘 그렇듯 어딘가 완벽하지 않은 적당히 보수적이고,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찌질하고, 적당히 성깔있는 그런 남자 역할에 탁월한만큼 잘 어울린다. <홍반장>에서의 캐릭터가 여기에서도 비교적 잘 변주되어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손예진은 뭐랄까 <연애시대>의 손예진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겠고, 손예진의 사랑스런 외모를 기대했다면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을 듯.

결혼을 했음에도 또 한번의 결혼을 꿈꾸는 이 여자. 소설에서는 그래, 그럼직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였지만, 막상 스크린상에서 보여지니 어딘가 받아들이기 힘들더라. 그건 아무래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음에서 비롯되겠지. 적당적당한 이 시대의 평범남 김주혁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하나 하는데서.. 손예진보다 김주혁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탓이겠지. 물론 죄라면, 그에게도 죄가 있겟다. 이 여인의 이런(?)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연애의 무덤인 결혼으로 그녀의 가능성을 봉인하겠다는 음모를 가지고 결혼했으니, 애초에 그가 그녀를 너무 얕잡아봤던 거였다. 한번 돌아서면, 결코 다지 붙잡지 않는 그녀인걸 망각한 채,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들어간 김주혁은 스스로 불쌍한 죄인이다. 

애초에 소설은 축구에 대한 무궁무진한 애정을 담아 바르샤와 레알을 비롯한 다양한 축구사들로 각 챕터를 시작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무리하게 축구와 연결을 지으려하다 보니, 인트로와 엔딩의 화려한 그림역할을 위해 가져온 것 이상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더라. 굳이 축구를 이렇게 끌어왔어야 했나? 싶은 정도랄까. 물론 축구를 계기로 둘은 가까워지고, 결혼에 골인을 하게 된다는 설정도 있지만,  지나치게 원작에 기대어 가려한 건 아닌가 싶은 느낌. 

원작의 차가운 느낌을 좀 걷어내고,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밀고 당기는 두 남녀의 관계와 적당한 에피소드들이 버무려진 영화<아내가 결혼했다>. 원작을 안 읽었더라면, 좀더 세롭고 도발적인 로맨스로 볼수도 있었겠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오고, 여기에 무거운 붓기는 빼버리고 가벼운 기름만 동동 띄우려다 보니 영화만으로서의 매력은 덜해진듯 하다.  

초반 김주혁의 나레이션은 약간 NG!     

by 너굴 | 2008/11/14 18:02 |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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